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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
멍게는 성체가 되면 자신의 뇌를 먹는다. (위키링크: https://bit.ly/3w2fKHq).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생명체에게 뇌는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는 말로도 해석된다.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넘겨주는 것이 진정한 목표이고, 뇌는 그 수단이자 도구일 뿐인 것이다.
로또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2주간 홋카이도 자전거 일주하기, 캐나다를 자동차로 횡단하며 여행하기 등등.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구체적으로 준비했던 홋카이도 여행을 못갔었던게 아직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느 날 머리속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펴다가 로또 1등이 되면 뭘 할까 하는, 누구나 한 번씩 그려보는, 생각에 이르렀는데 로또가 된다면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힘들게 하는 많은 장애가 해소되는게 명백한데도, 갑자기 모든게 하기 싫어지는 것이었다. 깜짝 놀랐다.
왜 갑자기 이렇게 하고싶은 마음이 사라진걸까?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는 진정한 나만의 욕구가 아니었던건가? 그렇다면 왜 로또 1등이 당첨된다는 조건에서 소멸해버리는 것일까? 내 마음 나도 모르지만 나름 열심히 내면을 분석해보니 그러한 버킷리스트는 "나"를 다른 이들과 구분짓고 싶어하는 욕심,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 그를 통해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을까?
마치 멍게가 뇌를 먹는 것과 같이, 살아가는데 더 이상 남과 구분이 되고, 남에게서 인정받을 노력의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에 버킷리스트라는 목표가 소화되버린 것이다.
맹자
맹자의 말중에 많이 회자되는 말이 있다.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고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뜻을 흔들어 고통스럽게 하고, 그 몸을 지치게 하며 육신을 굶주리게 한다. 또한 생활을 곤궁하게 하여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게 한다. 그러한 이유는 이로써 그 마음의 참을성을 담금질하여 비로소 하늘의 사명을 능히 감당할 만하도록 역량을 키워서 전에는 이룰 수 없던 바를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니라.
이는 몸과 마음이 너무나도 여유로와 자칫 뇌를 잡아먹지 않도록 경계하는 말, 그리고, 이렇게 뇌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극복하며 사람의 그릇이 커나가게 된다는 말이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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