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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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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감상
대단한 소설을 만났다.
서늘하게 묘사하는 현실도 사실적이듯,
때로 바늘끝같은 기적적인 인간애의 순간도 사실적이다.
독서 동기
북튜버 분들마다 이 책을 언급하고 있어서 베스트셀러 임에도(?) 구매하여 읽어보았다.
책의 문장들
책이 워낙 얇고 활자마저도 커서 금방 읽는다. 책에 대해 언급하는 글과 영상도 차고 넘치기에 내용에 대한 언급은 큰 의미가 없다 싶다. 문장들을 가져와 본다.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걸 펄롱은 알았다. p22
책 후반부 펄롱의 행동이 결코 즉흥적이거나 감상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늘 이렇지. 펄롱은 생각했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p29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가 없었다. p44
많은 이들이 이와 같다. 아이들이 아침 밥을 먹고 등교를 하고, 회사 일을 하고, 생필품을 사고, 노모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온다. 그렇게 언제나 쉼 없이 삶이 이어진다.
“이 길?” 노인은 낫으로 땅을 짚고 손잡이에 기댄 채 펄롱을 빤히 보았다.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다네.” 54p
해석하기 좋은 구절이다. 펄롱은 삶의 순간에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뭔가 작지만 단단한 것이 목구멍에 맺혔고 애를 써보았지만 그걸 말로 꺼낼 수도 삼킬 수도 없었다. p56
“걔들은 우리 애들이 아니라고.” ”미시즈 윌슨이 당신처럼 생각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 안들어?” 펄롱이 아일린을 쳐다보았다. p57
펄롱의 아내 아일린은 나쁜 여자가 아니다. 영리하고 부지런하며 펄롱과 아이들을 아껴준다. 하지만 나와 남의 경계는 가족을 넘지 못한다. 펄롱은 그 부분을 꺼낼 수도 삼킬 수도 없다.
“외국인들을 들이는 게 신경 쓰이지 않나 보네요.” ”누구나 어딘가에서 태어나지 않았겠습니까.” 펄롱이 말했다. “예수님은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고요.” ”주님을 그 사람들하고 비교할 수는 없지요.” p81
수녀원장과 펄롱중에서 누가 주님의 종인가?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는 할 필요 없잖아.” 펄롱이 날카롭게 말했다. “지갑에 오늘 쓸 돈은 충분히 있지 않아?” p86
“그렇게 쉽게 생각할 일이 아냐.” 미시즈 케호는 말을 멈추고는 극도록 현실적인 여자가 가끔 남자들을 볼때 짓는 표정, 철없는 어린애 보듯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일린도 몇 번 그런 적이 있었다. 사실 꽤 많았다. p106
펄롱의 선량함을 아일린은 웃으며 비꼰다. 미시즈 케호는 철딱서니 없다 생각한다. 선행을 베풀지는 못하더라도 타인의 선량함을 비웃지 마시라. 파리바게트를 불매하고 베스킨라빈스에 가지 않는 이를 보고 웃지 마시라.
사람한테서 최선을 끌어내려면 그 사람한테 잘 해야 한다고, 미시즈 윌슨이 말하곤 했다. p101
참으로 옳은 말이다. 그런데 나는 주위에 어떻게 하고 있지?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p119
이처럼 고리타분한 문장을 화살처럼 가슴에 꽂아넣는다. 클레어 키건이 문장 하나하나를 가장 적합한 자리에 맞춤하게 놓아두여 이런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책과 생각
어슐러 르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The Ones Who Walk Away from Omelas)이 떠오른다.
모두가 행복한 도시이지만 모두 알고 있다. 한 아이가 고통받고 있으며, 그 대가로 모두가 행복하다는 것을. 결국 사람들은 그러한 행복을 받아들일 수 없어 도시를 떠나간다. 펄롱의 선택이 그와 같다.
북투버 한 분이 마침 이 소설을 언급하셔서 나만 떠올린건 아니구나 싶었다.
하나의 완전한 소설
이 짧은 소설이 이토록 완벽할 수 있나? 더하고 버릴 것이 없는 완결성을 가진 소설이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사회의 크나큰 불행이나 사건은 바로 글로 쓰기에는 힘이 들고 때로 시간을 묵혀내어야 하고 그제서야 작가들은 글을 써내어 위령을 해준다 한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5.18 광주를 위로하고 기억해주었다면 클레어 키건은 아일랜드에서 벌어진 끔찍한 역사를 정성스레 염해주었다.
소소한 기록
주인공인 윌리엄(빌) 펄롱의 이름인 윌리엄은 카톨릭 교도들이 잘 쓰지 않는 이름이고 오히려 개신교도들이 많이 쓴다. 엄마는 카톨릭인데 개신교도들이 쓰는 이름을 써서 사람들이 조금 의아해 한다. 챗지피티에 물었을 때는 “그래? 잘 모르겠는데?” 정도의 답을 주었다.
빌 펄롱은 딸이 다섯이다. 캐슬린, 조앤, 살리, 그레이스, 로레타. 그런데 바로 전에 읽은 “오만과 편견”에서도 베넷 가는 딸만 다섯이다. 제인, 엘리자베스, 메리, 캐서린, 리디아.
케이크에 베이비 파워 위스키를 부어서 세례를(?) 주는 장면이 있다. 챗지피티는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다. “위스키 중에서도 특히 Powers Irish Whiskey 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풍미를 더하고 보존기간을 늘리기 위해 위스키를 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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