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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페인 감독
"다운사이징"을 보았다. 특이한 소재가 전부인 영화가 아니었다. 기승전결이 딱 부러지거나 드라마틱하지 않고 이야기들이 모아지지도 않는 것 같은데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가 떠올랐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영화가 더 보고 싶어졌다. 넷플릭스에 계속 보였는데 손이 안 갔던 "바튼 아카데미"를 다음에 봤다. 영화의 느낌이 비슷했는데 이번에는 좀 더 좋았다.
그래서 하나 더 보았다. "사이드웨이". 이 영화는 정말 마음에 든다. 다음엔 "디센던트"도 볼까 한다.
덧글. 나만의 경험으로 국한한다면 어릴적이었다면 이런 영화를 절대 이해해지 못했을 것이다. 나이의 축복이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마일스의 친구인 잭은 바람둥이 꼴통이다. 마일스의 가치관으로서는 용납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마일스가 허물없는 것도 아니다. 엄마의 서랍에서 돈을 슬쩍하기까지 한다.
내가 마일스였다면 잭을 손절할 것 같고, 잭이었다면 답답한 마일스에게 버럭 소리 지르다가 또 손절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인정하고 안아준다. 화이부동이다. 서로의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을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인정해준다.
다들 크고 작게 못난 인간들일 뿐이다. 서로에게 기대고 안아주고 살아야 한다. 나의 품도 넓어져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완벽한 결말(스포일러 주의)
마일스가 혼자 61년산 슈발 블랑을 딴다. 유치하게 와인을 들고 마야에게 달려가지 않아서 좋았다.
그렇다고 영화가 너무 서글프게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마야가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마지막으로 마일스가 마야의 현관을 두드리는 것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이보다 더 나을 수 없는, 감사한 마무리였다.
영화 속 디테일들
빨간 사브 900
마일스의 1987년형 사브 900 터보 컨버터블이 눈에 들어왔다.
폴 오스터의 소설 "우연의 음악" 속 짐 나쉬가 아버지의 유산으로 구매한 차가 빨간색 투도어 사브 900이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에도 사브 900(3도어)가 나온다.
이제는 길을 가다 이 차를 우연히 보게 되면 반가울 것 같다. 혹은 함께 걸어가던 친구에게 맨스플레인을 시전할 수도 있겠다.
인연과 우연에 대한 생각
마일스와 잭은 대학 1학년 때 기숙사 룸메이트로 처음 만난 인연이다. 그다지 공통점이 없는 두 사람이 겨우(?) 그런 우연을 소중한 인연으로 만들어낸 것이 고맙게 느껴졌다.
커트 보네거트의 『고양이 요람』에서는 이런 인연을 '그랜팰룬(Granfalloon)'이라고 부르며 낮게 평가한다. 그랜팰룬은 학연, 지연 같은 우연한 공통점으로 묶인 무의미한 집단을 뜻한다. 보네거트는 진짜 인연을 '카라스(karass)'라 불렀는데, 이는 우주적으로 연결된 의미 있는 관계를 말한다.
나는 그랜팰룬이라는 개념에 내심 동의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며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어린 왕자와 여우, 어린 왕자와 장미의 관계도 처음엔 그랜팰룬이었지만 서로가 시간을 함께하며 카라스가 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마일스와 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연한 시작이었지만 수십 년간 서로를 보듬어주며 진짜 인연이 되었다.
산드라 오의 매력
스테파니 역을 맡은 산드라 오는 '그레이 아나토미' 때 처음 알게 되었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 당시 결혼한 상태였다고 하는데(나중에 이혼했지만), 젊었을 적 이렇게 매력적이었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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