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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삼월의 첫 저녁, 앤드루 포터의 책을 읽다가 니나 시몬을 만나고 다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까지 이어진 이야기를 적어둔다. 세상이 참 좋다. 구글링과 유튜브를 통해서 생각과 지식이 자유로이 뻗어간다.

생각의 흐름

앤드루 포터

앤드루 포터와 그의 단편집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어디선가 자주 들어서 익숙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단편집 “사라진 것들”을 읽게 되었다. 이제 세 편을 읽었지만 기발하거나 자극적인 부분이 없이 차분하고 자연스럽다는 호감을 가지고 읽고 있다. 40, 50대 남자가 공감할 듯한 내용이다.

첫 단편 “오스틴”에서 다음 문장에 공명했다. 옳은 편 그른 편을 넘어서 모두 가여운 삶이다. 소설 토지에 나오는 악당들인 귀녀, 삼수, 지삼만, 김두수와 같은 인물들도 모두 슬픈 인간들인것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 몰라도 나는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구분하는 시각을 잃어버렸으며 살인과 죽음 같은 문제라면 그저 다 슬플 뿐이다. 정당화가 되느냐 아니냐를 따질 일이 아니다. 두 인간과 그들 각각의 가족에게 일어난 아주 슬픈 사건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것 말고 는 그다지 할 얘기가 없다.

니나 시몬

두 번째와 세 번째 단편인 “담배”와 “넝쿨식물”에는 니나 시몬이라는 음악가 이야기가 연이어 나온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궁금해서 나무 위키를 찾아보았다. 미국 흑인 재즈, 블루스 역사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물, 흑인 인권 운동의 중추적 인물, 세 살때부터 음악을 들으면 피아노로 칠 수 있었던 천재에 흑인인 부모님이 앞줄에 앉지 않으면 연주를 거부했다는 깡다구까지 있었다니 나는 이미 좋아할 준비가 완료되었다.

카페에서 책을 다 읽고 집으로 오는 길에 산책 겸 빙빙 돌다가 몇 곡을 들어본다. 좋구나.

필링 굿은 익숙하다. 아핫 얼마전 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 나왔었구나.

니나 시몬,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자유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 에 대해 이야기하는 유튜브를 하나 보았다. 거기서 언급한 니나 시몬,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비문, 자유 에 대한 연관이 마음에 들었다. 다음은 유튜브에서 언급한 이야기이다.

니나 시몬의 자유

다큐멘터리에서 니나 시몬은 무대 위에서 자유를 느낀다 말했다. 자유가 뭐냐 물으니 두려움 없는 것이 자유라 말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비문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 I hope for nothing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 I fear nothing
나는 자유다 - I am free


니나 시몬이 말하는 자유와 이어지는 것이다.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 없다는 것은 집착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두려움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걱정에서 나온다. 바라는 것이 없기에 집착하고 버리지 않으려는 마음이 없고, 그렇기에 두려움이 없고 마침내 자유로와 지는 것이다.

그리고, 허윤보의 자유

토지의 곰보 목수 허윤보는 가족, 친지가 없다. 결혼도 않고 아이도 없다. 다만 자신 하나의 몫은 단단히 하고 주변에 어려운 이들을 보면 나서서 챙겨주고, 의로운 일에도 앞장선다. 그는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죽음 직전의 윤보 목소리다.
'니는 모른다. 니는 몰라. 하늘을 쳐다보고 뫼까매귀 소리를 들으믄서, 야 이놈아야 방구석에서 죽는 것보담, 죽으면서 개집 새끼 치다보믄서 애정을 못 끊는 불쌍한 놈들보다 얼매나 홀가분하노.'
'허허 이 사람아. 그만 지껄이게. 죽기는 왜 죽어.'
김 훈장이 말을 막았다. 몸에서 피비린내 땀내음이 풍겨왔으나 윤보의 눈은 맑았고 빛이 있었다.
'생원님, 입도 흙 속에 들어가믄 썩어부릴 긴데 시부리는 것도 살아있을 적의 낙이 아니겄소? 아무 것도 없는 기라요. 저것 보이소. 피냄새를 맡고 뫼까매귀가 따라 안 옵니까? 사람이 어리석어서 겁을 내는 기라요. 총 맞어 죽은 구신 무덤 지어 머 하겄십니까? 저 배고픈 뫼까매귀가 뜯어묵는 기이 제격 아니겄습니까? 내가 죽으면 저 뫼까매귀놈이 파묵을 기고요, 육신이란 본시부터 그런 거 아니십니까?'
출혈이 심하여 새파래진 곰보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있었다.
길상은 추한 평소의 그 얼굴이 부처님같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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