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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독서모임의 좋은 점은 개인으로서는 손이 가지 않았을 좋은 책들을 만나고 읽게 되는 것이다. 말 놓을 용기가 그랬고,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리스트에는 두었지만 오래 묵혀두었던 책이다. 그리고 이 책, 고기로 태어나서가 그러하다.
키워드
드립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빌 브라이슨이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에릭 와이너가 떠오르는 유머와 말장난이 넘쳐나는 책. 빌 브라이슨 스타일은 좋아하지 않았고, 에릭 와이너는 그런대로 괜찮다 했었는데, 한승태(필명)는 그 둘을 압도한다. 쉬지않고 비유와 드립을 쏟아낸다. 자기방어적 문장도 제법 있다.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지는 않는 편인데도 책을 읽어가며 빠져들고 즐기게 된다.
자본주의
일식집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하루에 수 십, 수 백의 식사를 준비해서 내어가다 보면 그게 음식으로 안보이는 경험을 했다. 닭, 돼지, 개를 키우고 고기라는 상품을 제공하는 과정전반은 매우 효율적이고 합리적이었다. 자본주의였다. 혁명을 하자거나 나은 대안을 말할 능력은 아니지만 문제의 핵심은 자본주의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현재진행형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소년이 온다 와는 또 다른 의미의 끔찍함이었다. 오히려 그 강도가 배가 되는 것은 앞의 두 소설은 과거의 역사, 과거의 사건을 다룬다고 본다면 이 책은 현재, 일상을 다루고 있는 것이고, 지금도 우리는 그 현실을 인정하고 용납하고 있기 때문을 것이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어슐러 르긘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이 떠올랐다. 모두가 행복한 도시인 오멜라스이지만 그들의 행복은 한 아이의 끔찍한 불행에 근거한다. 우리가 치킨과 삼겹살을 먹고 느끼는 행복은 고기로 태어나서에서 보여주는 닭, 돼지, 개에게 가해지는 자본주의적 폭력에 근거한다. 동물들에게 조금 나은 삶을 제공하는 것과 오늘 저녁 배달 시킬 치킨 가격을 조금 더 낮추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액션 아이템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고기 소비를 반대하는 운동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엔 치킨은 너무나 바삭하고, 소주 한 잔에 삼겹살은 포기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작은 실천을 하고 싶다. 동물복지라는 단어를 한 번 더 챙겨볼 것이다. 음식의 맛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겠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충분한 영양소와 에너지를 제공한다면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서 맛을 조금 양보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인공적으로 고기를 만들게 되면 양심의 부담이 한 결 덜해지겠다.
밑줄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선택권이 점점 좁아져서 나중에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대로 살 수 밖에 없게 돼” - p50
나이가 들면서 미래에 대한 가능성의 범위가 좁아지는 걸 느낀다 이야기하곤 했었는데 같은 결의 이야기다 싶어서 밑줄을 쳤다.
그는 치즈가 들어간 바게트를 휴게실에 놔두고 먹었다. “이거는 껍질 맛으로 먹는 거야” 하고 중얼거리면서. 아무나 건성으로라도 “그거 맛있냐?” 하고 물어봐 줬다면 그 말이 그렇게 쓸쓸하게 들리지는 않았을 것 같다. - p54
상대가 너무 빤하게 행동힌다 싶으면 괜히 무시했던 나를 반성한다. 사람들은 외롭다. 나도 외롭다. 사람들에게 상냥하자.
병아리들에겐 방송사의 카메라가 찾아가는 일도 없고 어떤 경악도 우려도 이끌어 내지 못 한다. 이 병아리들도 똑같이 비명을 지르고 살려고 발버둥 치지만 말이다. 상품 가치가 없는 것은 연민의 대상도 되지 못 하는 것이다. - p94
가축 전염병으로 생매장하는 가축들은 상품 가치가 있기에 동정을 받는다.
조금씩 전문 용어가 가지고 있는 마법 같은 힘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병아리를 ‘처리’할 때는 죽인다. 잡는다고 하는 대신 불량품을 도태시킨다고 중얼거린다. (중략). 어느 순간엔 정말 닭을 죽이는 것이 문서를 파쇄하거나 삼각 김밥을 폐기 하는 것처럼 사무적으로 와 닿을 때가 있다. - p120
언어의 무서운 힘이다.
잠깐, 정말 찰나의 100분의 1 정도의 순간 동안 예전의 일기에 적어 놓은 그런 감정들, 미안함, 불편함, 찝찝함 같은 것들이 느껴질 것 같았지만, 금새 짜증과 피로에 묻혔다. 이런식이면 사람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 p154
사람을 일상에 지치고 힘들게 만들면, 양심이나 도덕, 정치나 정의를 따져볼 여유가 사라진다.
“It is easy to do your job, any job without being jerk. It’s simply a choice.” (쓰레기처럼 굴지 않고 일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일이든 말이다. 그건 단지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 p174
오늘도 여러번 기분이 태도가 되었다. 반성한다. 혹은 내가 너무 잘나가지 않음을(그래서 더욱 더 크나큰 쓰레기처럼 굴지 않게 되었음을) 감사한다.
결국 차별은 혐오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완성 된다. ‘다른’ 존재에 대한 혐오와 ‘우리 편’에 대한 사랑. - p218
큰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가능한 우리 편이 커야 한다. 우리 편이 온 우주면 최고다.
“이거는 내가 수리얀 불러와서 할 테니까 한 씨는 가봐. 개가 아무리 말 못 하는 짐승이라도 그러면 안 되지. 아, 가! 가라고!” - p394
아이들은 나보다 육체적으로 약하고 나에게 온전히 의지하며 산다. 때로 아이들에게 호되게 화를 낼 때가 있다. 그때 관성을 극복하고 멈출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매일 경험한다.
어느 정도가 충분한 시간인가? 여기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나는 동물이 삶의 싸이클을 한 차례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 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동물이 자라서 성적으로 성숙해지고 교미를 하고 그 새끼가 태어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말이다. - p433
어릴 적에는 사회에 나가면 외국에 나가 최소 1년 이상씩을 여기저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계절을 한 번씩 경험하는 것이 살아봤다는 경험의 최소한이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최소한은 생명이 생애 한 주기를 다 지나는 것이었다.
기타등등
돼지고기의 경우 → 비육농장 → 길림에서온 이 씨 아저씨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각 이야기의 마지막장에 나오는 에릭 아이들의 <언제나 삶의 밝은 면을 보세요>
- 닭고기의 경우: 언제나 삶의 밝은 면을 보세요.
- 돼지고기의 경우: 언제나 죽음의 밝은 면을 보세요.
- 개고기의 경우: 언제나 폭력의 밝은 면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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