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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자아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고, 명상이란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좀 더 과학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다음과 같이 정리해본다
- 자아란 무엇인가
- 자아는 왜 문제가 되는가
- 자아의 개입을 막자
- 종교가 바라본 자아
- 자아와 자기통제
- 자기통제의 최적화
자아란 무엇인가
거칠게 말하면 인간만이 자아를 가지고 있다. 자아란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는 "나"이다. 우리는 언제 태어나서 어떻게 자라나고 어떤 성격을 가졌고 어제는 무엇을 먹었던, "연속된" 그 어떤 존재가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자아이다.
인간에게는 이러한 연속된 나라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렇게 연속되는 존재가 있으니, 존재의 과거의 기억을 돌아보거나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거나 자기통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마시다간 내일 출근도 못하겠군!" 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아는 생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능력도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적외선도 못보고 초음파도 못듣는 등등 부실한)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세상의 정보에서 얻어지는 생각마저 자아를 통해 다시 한 번 재해석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이 지나치게 되면 세상을 왜곡할 수도 있다.
정리해보자. 인간은 "의식적인 자기고찰 덕분에 미래를 설계하고, 자신을 평가하고,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통제하고, 내면을 들여다보고, 타인의 관점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33p
(책의 내용은 아니지만) 잠깐 생각해보자
내가 "나" 라고 생각하는 자아는 정말 존재할까? 인간의 체세포는 최대 1년 정도면 죽고 새 세포로 교체된다. 끊임없이 죽고 살아나니 이전의 나를 구성하던 물질은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물질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손, 발이 잘려나갔다 해서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정신적인 부분? 기억? 치매나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을 보고 다른 사람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없다. "나"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뇌세포의 장난일까?
자아는 왜 문제가 되는가
애초에 (약 5만년 전쯤) 진화를 통해 자아가 만들어졌을 때는 무척 경쟁력이 있는 특성이었을 것이다. 먼 과거를 돌아보고 먼 미래를 상상하며 준비할 수 있고, 다른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도 있으니 여러모로 유리했다. 수렵에서 농경으로 옮겨가며 자아가 더욱 발달하게 되었을거라는 가설도 있다. 보다 먼 미래의 수확을 헤아려봐야 하는 거다.
문제는 현대에 와서는 자아가 개입할 거리가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다. 몇 백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직업 선택의 폭이 좁아 계급에 따라 농사만 짓거나 책만 읽으면 되었을 것이며, 교통이나 통신수단이 열악하니 조금만 노력해도 마을에서 가장 잘생기거나, 부자거나, 성격이 좋거나, 힘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의사결정할 거리가 많아졌다. 교육, 진로, 결혼, 취미 등등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다양성이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났고, 비교할 대상도 많아졌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생각해보면 나보다 잘 난 사람들이 넘쳐난다. 자아가 개입할 거리가 넘쳐난다
이것은 마치 구석기 다이어트를 떠올리게 한다. 오랜 수렵시대를 통해 진화했던 우리의 몸이 현대의 풍요로운 식사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해 비만으로 고생하는 것처럼, 자아역시 현재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아가 하는 일들을 생각해보자. 불필요한 고민을 하고, 자신을 잘났다고 생각하고, 비이성적 행동을 이끌고, 자아가 공격받으면 화를 낸다.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자아가 개입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다. "낄 곳과 안 낄 곳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듯, 자아 역시 평상시에는 가만히 뒤에서 자고 있다가 의도적, 의식적 모드가 필요할 때에만 켜진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73p
자아의 개입을 막자
자아의 개입을 막는 방법은 많다.
도망치는 방법이 있다. 넷플릭스, 독서, 음악, 익스트림 스포츠에 푹 빠질 수 있으며, 술이나 마약, 도박으로 도망갈 수도 있다. 매저키즘도 일정량의 고통에 집중하게 되며 자아의 개입이 약해지게 하는 것이라 한다. 지나친 자아의 개입에 대해 그나마 무난하거나 유용한 방법도 있지만 지나쳐서는 안되거나 해서는 안되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몰입도 있다. 몰입(flow)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유명한 책이다. 몰입이란 바로 자아가 너무 개입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자아를 잃는 듯한 경험"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상적인 수단으로 명상이 있다. 별도로 뒤에 다루겠다.
종교가 바라본 자아
싯타르타는 "자아란 변치않고 고정되어 있거나 독립적인 존재이기보다 일시적으로 다양한 개념, 느낌 지각이 합쳐진 무엇일 뿐이라고 보았다." 248p 처음에 언급했던 자아란 무엇인가에 대한 싯타르타의 고찰이다.
예수는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질 것" 255p 라고 했다. 자기를 높이려 하는 것이 바로 자아이다. 예수는 자신을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자아를 진정시키라 말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관점만 옳다고 하는 자기중심적 경향과 자신을 높이려는 자기고양적 경향으로 인해 진실을 왜곡할 뿐 아니라 세상과 자신에 대한 부정확한 믿음을 토대로 잘못된 결론을 내린다. 무엇을 접하든 속으로 끊임없이 해석과 판단을 덧붙이기 때문에 자아의 목소리가 묻지 않은 그대로의 세상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지 않다." 267p
이 부분에서 무릎을 쳤다. 비폭력대화라는 책에서 크리슈나무르티(Jiddu Krishnamurti)의 말을 소개한다. "평가가 들어가지 않은 관찰은 인간 지성의 최고 형태이다 - The highest form of human intelligence is the ability to ovserve without juding" 처음에는 편견을 가지지 않고 바라본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좋은 건 알겠지만 최고라는 표현까지는 아니지 않나 했었다. 이제 이 책을 읽고 돌아보니 바로 "자아"를 잠재우고 있는 그대로 보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었다.
자아를 다루는 훈련, 명상
그리고, 드디어 명상이 있다. 명상에서는 호흡과 같은 (현재에 실재하는) 자극에 집중하고, 떠오르는 다양한 생각들은 흘려보내라고 한다.
그 유명한, 시카고 불스의 감독이었던, 필 잭슨의 말을 들어보자 "인생에서도 그렇지만 농구에서도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일이 잘 풀리는 순간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모든 순간들에서 완전히 존재할 줄 알아야 한다. 승패에 대한 걱정을 멈추고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는 일에 완벽히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일이 더 잘 풀린다." 85p 바로 명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The Power of Now) 라는 책도 명상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 나온다. "인생에서 '지금'에 초점을 맞춰라. 예전에는 주로 과거와 미래에 살다가 잠깐씩만 '지금'을 방문했다면, 이제는 '지금'을 집으로 삼아라. - 86p
자아의 개입을 흘려보내는 훈련을 하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자아의 능력이 과거와 미래를 오가고 진짜 세상이 아닌 해석한 세상을 보게하는 것이라면 명상은 이 순간, 지금 이 순간을 보게하는 것이다. 호흡, 촛불, 옴하고 소리내기 같은 것은 진짜 세상의 자극이다. 지금에 온전히 존재하도록 하는 방편인 것이다. 지금, 현재의 순간을 살면서 자아가 과거를 (지나치게) 후회하고, 미래를 (지나치게) 고민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상류에서부터 둥둥 떠내려 온 가지나 잎들은 이내 강 하류로 사라질 것이다. 명상의 목표는 이처럼 강 위에서 나뭇가지를 발견하더라도 지나가도록 내버려두고 여전히 강에서 눈길을 떼지 않는 것이다." 91p 강이 현실 세계라면 가지나 나뭇잎은 자아가 말을 거는 것이겠다.
자아와 자기통제
자아를 이용한 자기통제력은 잘 훈련해둘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요소는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자신을 모니터링해야 하고,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눞앞의 상황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결과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충분한 양의 자기통제 에너지 또한 가지고 있어야 한다." 305p
이 중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통제하기 쉽지않은 충동을 만났을때에 어떻게든 잘 해결하려 하기보다, 애초에 충동이 시작되려 할때에 재빨리 잠재우라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냉동실의 아이스크림을 먹지 말아야지 하고 1시간 동안 자기통제 에너지를 소진시키기 보다는, 아이스크림이 떠오르지 않을 다른 할 일을 찾거나, 아예 다른 장소로 가버리는 것이다.
자기통제의 최적화
자아에 대해 온통 나쁜 말을 한 것 같지만 책의 의도는 그런게 아니다. "인간이 갖춘 이 정신적 도구가 우리에게 심각한 개인적,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면 보다 분변력 있고 행복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315p
자아라는 것을 좀 더 이해하면 자아가 일으키는 나와 남의 문제에 관대해지게 되고, 또한 어떻게 다룰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이제 자아 다루는 법 네 가지를 보자.
첫째, 명상으로 잠재워버리거나 무시해버리고 현재, 지금에 충실해지자. 꼭 필요할때만 자아를 켜자.
둘째, 자아의 농간으로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은 아닐지, 세상을 왜곡하여 해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보자
셋째, 자기고양성, 자기방어를 줄이자. "자아가 정신적 관념이나 이미지에 불과" 326p 하다는 것을 인지하면, 그것을 보호하려고 방어적, 무례, 공격적이 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자아에 의해 휘둘리는 나와 남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치 부모가 자녀에게 너그럽게 대하듯이
넷째, 자기통제를 최적화 하자. 이미 언급했었지만 자아가 난동을 부리려는 초기에 제압하는 것이 쉽다. 춘추전국시대 명의였던 편작이 떠오른다. 그는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 하였지만 정작 그는 애초에 병의 징후가 없을때에 원인을 제거해버리는 큰형을 높이 평가하였다.
자아를 없앨 수는 없다. 이미 진화를 거쳐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는 우리는, 자아를 넘어서야 한다. 탈자아.
"자아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는 자아를 유용하게 쓰되 자기중심성, 자기본위적 태도, 자기고양적 태도등의 노예가 되지는 않아야 한다. 자아 꺼두기, 자아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기, 자기고양적 태도와 자기방어 줄이기, 자기통제 최적화하기의 네가지 해법을 잘 결합하면 자아를 초월한 탈자아 상태로 향해 갈 수 있을 것이다." 3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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