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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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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클레식 코리아에서 나온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읽었다. 크로이체르 소나타 뿐 아니라 가정의 행복, 악마, 신부 세르게이를 담고 있다. 모두 가정, 결혼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신부 세르게이는 거기서 더 나아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부분을 좀더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2013년에 읽고 이번에 재독을 한 것인데, 그 사이 나이도 먹고, 결혼도 하고보니 읽히는 것이 다르다. 책을 꼼꼼이 다시 훑어보며 쓴 글은 아니라 대부분은 머리속에 남은 책에 대한 인상을 적은 것이니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가정의 행복
나머지 세 편은 후기작인 것에 반해 “가정의 행복”은 톨스토이의 초기작이다. 좀 더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꿈꾸었다 볼 수 있겠다.
이 소설을 크게 두 갈래로 보았다. 하나는 톨스토이의 로맨틱 판타지, 또 하나는 그가 꿈꾼, 그래도 이 정도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좋은 가정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제시.
로맨틱 판타지. 톨스토이가 일정부분 투영된 남자 주인공인 세르게이는 친구의 딸인 마샤와 결혼하게 된다. 어리고 순결한 신부라는 흔한 남자의 꿈을 이루되 양심에 거리낌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구애하지 않고 그녀도 남자를 원한다는 스토리를 만들고, 방탕했던 청년시절을 숨김없이 고백하도록 하며, 대도시의 사교계에 빠져드는 아내를 비난하지 않고 경험하고 자각하도록 지켜봐준다.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 동화처럼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로 끝나지 않고 이후 “결혼은 현실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며 크고 작은 갈등과 현실의 부대낌을 거친 다음 연애할 때와는 다른 또 다른 관계가 정립된다.
크로이체르 소나타
이 소설을 불륜을 참지 못한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흔치 않은 사건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주인공 포즈드니셰프와 아내는 적당히 결혼할 때가 되어 만나서 서로를 자신들의 환상을 덧입혀 바라보고 사랑한다 생각하며 결혼한다. 다들 그러지 않는가?
그리고 결혼 생활의 시작. 사회생활과 집안의 크고 작은 일에 아이들을 키우는 육아까지 인생에서 가장 바쁜 나날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거기엔 사랑과 의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 증오하지만 않아도 다행이다.
결혼을 한 누구에게나 닥치는 그러한 끔찍한 나날들은 죽을때까지 이어지기도 하고, 크고 작은 다툼이 계속되거나 서로를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처주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공동체가 깜짝 놀랄 살인사건으로 불거지기도 하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이 소설을 통해 애초에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인류에게 적합한 제도인가 의문을 제기한다고 본다.
악마
이 또한 톨스토이의 자전적인 사연이 조금은 스며들어 있다. 주인공 예브게니는 총각일 때에 시골에서는 풀기 쉽잖은 정욕을 동네 아낙에게 돈을 주고 주기적으로 풀어낸다. 그러다 정숙한 여자를 만나 깊이 사랑하고 결혼하게 되며 그 관계를 끝낸다.
서로에게 충실하며 헌신하는, 자신으로서는 너무나 완벽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다 몇 년이 지나 우연히 다시 만난 아낙, 스테파니다에게 정욕을 느끼게 된다. 도저히 주체할 수 없는 그 욕정에 어찌해야할지 모르던 예브게니는 자살을 선택해버린다.
인간은 그 정욕을 이성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다.
사족. 정확히는 극복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이미 잘 활성화되어있는 뇌 신경망을 새로이 연결해야 하는 엄청난 의지와 이성의 작업인 것이다. 뇌는 가소성이 있기에 새로이 꾸준히 새로운 신경망의 경로를 강화해 나가면 된다. 하지만 그럴 바에야 애초에 나쁜 방향의 신경망을 단련시켜두지 않는 것이 좋다. 도박을 끊느니 아예 배우지 않는 것이 낫다. 술과 담배를 끊느니 아예 배우지 않는 것이 낫다.
신부 세르게이
나머지 세 소설과는 결이 조금은 다른 소설이다. 다만 첫 부분은 결혼이라는 것의 환상에 대해 잠시 언급된다. 너무나 잘나가는 선남 선녀가 깊고 깊게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순간, 여자가 거짓없는 사랑을 이어가려 솔직히 황제의 정부였다는 진실을 드러내 보이자 세르게이는 도망쳐 버리고 만다.
수도사가 된 세르게이는 마음을 다해 제대로된 종교인이 되려 애쓴다. 유혹하는 이혼녀를 이겨내려 자기 손가락도 자르고(스님들 이야기에 생식기를 잘라내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원치는 않았지만 병을 낫게하는 기적도 간간히 행하는 수준에까지 오른다. 하지만 아무리 피하려해도 그러한 명성을 통한 명예욕을 이겨내기 버거워하고 결국은 어린 여자의 유혹에까지 넘어가버리고 만다.
그러다 계시를 받아(?) 만나러 간 어린시절 알던 파셴카를 통해 깨닫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이 너무나 좋았다. 살다보면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책과 사람을 만나 알아내려 한다. 하지만 결국은 신부 세르게이속 다음의 말이 삶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전부가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답답하고 허전해보일 수 있는 이 이야기가 나는 참 좋다.
‘나의 꿈이 이야기하려는 것이 바로 이것이야. 내가 되어야만 했으나 되지 못한 것이 바로 파셴카야. 나는 하나님을 핑계삼아 인간을 위해 살았어. 그녀는 사람들을 위해 산다고 생각하지만 하나님을 위해 살고 있는 거야. 하나의 선행, 보답을 바라지 않고 주는 한 잔의 물이 사람들을 위해 내가 베풀었던 은혜보다 훨씬 더 값어치 있는 것이야. 하지만 거기에도 신을 섬기는 진실한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래, 있었어. 하지만 인간적 평판으로 더럽혀졌어. 그래, 나처럼 인간적 평판과 영광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에게 신이 함께 할 수 없는 거야. 이제라도 신을 찾아 섬기도록 하자.’ 4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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