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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 책과 영화를 보다

주먹불끈 2023. 8. 19. 18:12

개요

영화는 예전에 보았고, 책은 전체 6권 중 1권의 570페이지쯤을 읽고 있다(영화 1편에 해당)

영화 1편까지의 분량을 읽는 즈음에 영화를 다시 한 번 보고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해본다.

정리

인상적이었던 두 구절

베네 게세리트 기도문

짐승과 다른 인간의 극한 이성, 절제력을 말하는 부분이다.

책 1권

“두려움은 정신을 죽인다. 두려움은 완전한 소멸을 초래하는 작은 죽음이다. 나는 두려움에 맞설 것이며 두려움이 나를 통과해서 지나가도록 허락할 것이다. 두려움이 지나가고 나면 나는 마음의 눈으로 그것이 지나간 길을 살펴보리라. 두려움이 사라진 곳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오직 나만이 남아 있으리라” 책 1권

영화 대사

“I must not fear. Fear is the mind-killer. Fear is the little death that brings. And I will face my fear and I will permit it to pass over me and through me. And when it has gone past I will turn the inner eye to see its path. And where the fear has gone there will be nothing. Only I will remain”

폴의 예지 속 야미스(Jamis)의 대사

이는 하이델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가 스치듯 느껴진다. 정적(static)이 아니라 동적(dynamic)이다. 사물이 아니라 사건이다. 동적인 것과 사건은 시간을 내포한다. 순간을 잘라내거나 멈춰세우면 본질을 알아낼 수 없다. 함께 흘러가야 한다.

정현석 간단 직역

책에도 이 부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있었다면 놓친 듯 하다.

“삶의 신비는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나가야 할 현실이다. 과정은 멈춰세워서는 이해할 수 없다. 그 프로세스의 흐름과 함께 움직어야 한다. 흐름에 동참하고, 흐름과 함께 흘러가야한다.”

영화 대사

“The mystery of life isn’t a problem to solve, but a reality to experience. A process cannot be understood by stopping it. We must move with the flow of the process, We must join it. We must flow with it.”

관찰의 힘

베네 게세리트의 능력은 매우 세심한 관찰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비폭력대화(책)에서 인용하는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말이 떠올랐다.

“평가가 들어가지 않은 관찰은 인간지성의 최고 형태이다.”

베네 게세리트는 이러한 관찰로 사람과 상황을 짧은 시간에 정확히 짚어내고 이해한다. 베네 게세리트의 대표적인 능력으로 “목소리(voice)”가 있는데 이 묘사는 책과 영화가 미묘하게 갈린다.

  • 영화: 사람을 마치 최면이나 세뇌시키는 듯 꼭두각시처럼 시키는 대로 하게 만든다.
  • 책: 레이디 제시카를 사막에 버리기 전 겁탈하려는 두 하코넨 병사들을 목소리로 조종하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레이디 제시카는 두 사람의 인격, 성향을 철저히 파악한 다음, 두 사람이 서로를 정욕의 경쟁자로 느끼게 부추기는 “목소리” 화법을 이용해서 상대를 죽이고 싶게 만든다.

영화로 표현하기 힘든 한계였지 싶다.

폴의 예지력

아직 책 1편을 읽는 중이라 이후 어떻게 정의될 지는 모르겠지만 현시점의 이해는 다음과 같다.

책의 언급

“예지력은 또한 가장 강한 미래의 흐름들과 그 것들을 이끄는 일련의 결정들에 대해 그에게 암시해 주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현실 속의 현재‘ 와 직면하고 있었다. 무한히 겹쳐진 사소한 불운들 위에 죽음이 매달려 있었다.” - 책 1권 558페이지

영화에서도 예지력이 틀린 부분이 몇몇 묘사된다.

예지에서는 사막에서 프레멘들을 만날 때에 던컨 아이다호와 함께였는데 던컨은 사다우카와 싸우다 죽는다.

예지에서는 야미스가 많은 것을 알려주는 듯 한데, 결투를 하다 죽이고 만다. 심지어 결투 직전의 예지에서는 야미스의 칼에 폴이 죽는다.

그렇다면 예지는 무엇일까?

예지를 하는 시점의 온 우주의 모든 데이터를 딥러닝에 때려넣고 가능한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떤 미래는 다른 미래에 비해서 매우 높은 확률을 가지므로 예지에 나오지만, 어떠한 순간은 비슷한 확률의 다양한 가능성이 있기에 그야말로 말 한마디, 눈 한번 깜박으로 수 많은 미래의 가능성 중 하나가 결정되어 버리는 것이다. 폴은 이를 깨닫고는 엄청나게 힘들어한다.

기타등등

  • 황소머리 박제, 투우 조각, 레토 백작 아버지의 초상화는 책을 보고서야 그 의미를 이해했다(물론 대단한 의미까지는 없다).
  • 책에서는 아라키스 유력 인사들과의 만찬장면이 인상적이였는데 그 부분이 없는 것은 아쉽다. 마치 톨스토이의 상황 묘사를 보는 듯한 즐거움이 있었다(물론 톨스토이에는 못미친다만). 조금 검색해보니 나만 아쉬운 건 아닌 듯 하다.
  • 프랭크 허버트가 살아서 이 영화를 보았다면 무척 좋아했겠지? 듄의 팬들도 책속의 모습들이 이처럼 그림같이 묘사되어 행복했을 것이다.
  •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와 비교하면 선과 악이라는 경계가 매우 모호하게 전개되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영화 2, 3편으로 가면서 일반 관객들은 호불호가 갈리지 않으려나 생각해본다.
  • 리에트 카인즈가 여자, 흑인으로 묘사된 부분은 PC(Politically Corrent)를 고려한 것이지 싶다(좋아, 자연스러웠어).
  • 칸트의 냄새가 난다. (영화와 책 속에서)하코넨 남작, 파이터는 진실을 말하는 자(truthsayer)에게 자신이 죽였다는 것을 말하지 않기 위해서 다른 이에게 간접적으로 명령하고, 사막에 버리라는 식으로 직접적인 살인을 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서구적인, 칸트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서구를 닮은 우리나라 법조계도 이러한 말장난을 잘하는 것으로 안다. 동양은 다르다. 신독이다. 말장난으로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 프레멘을 보면서 조조의 청주병이 떠올랐다. 광신이 느껴질 정도의 충성심과 극한의 전투력
  • 어쩔 수 없는 약간의 오리엔탈리즘. 프레멘은 신비롭고 대단한 이들처럼 묘사하지만 결국은 서구의 사람들이 이해해줘야 할 문화를 가진 족속인 것이다. 침을 뱉는 것이 인사이고,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무렇지 않고, 땀, 눈물, 침, 똥, 오줌을 재생해서 먹을 수 있게 하며, 메시아 신앙을 가진 이들. 하지만 고귀한 서양인은 이들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니 이 족속은 서양인을 하늘처럼 떠받든다는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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