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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별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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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와는 인연이 없었다.
벌써 20년도 넘었지만 학창시절 도전했다가 실패했었다.
이야기에 빠져들지도 못하는데도 분량의 부담까지 있으니 괜히 도스토옙스키가 과대 평가된건가 의문이 들었고
나이가 들고서는 변역에도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했었다.
무얼 읽었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그렇게까지 감탄을 하지는 않았었기에 이제껏 나에게 도끼는 아직은 먼 존재였었다.
- 알라딘 서제를 검색해보니 "노름꾼" 을 읽었다 https://blog.aladin.co.kr/nicewook/6141760
재도전, 그것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문학동네의 함께 읽기 이벤트 덕분에 용기를 내어서 재도전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번역이 좋아서인지, 그나마 나이를 먹으며 쌓인 스키마 덕분인지 너무나 즐거운 독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한 "종합소설" 이라는 말의 의미도 이제는 알 듯 하다. 특정한 주제가 있다기 보다 인간의 삶 전반을 녹여낸듯한 소설
* 3권 마지막의 해설도 상당히 마음에 든다. 꼭 챙겨서 읽어보자
"하루키는 1990년대 후반부터 자주 "종합소설을 쓰고 싶다"는 말을 했다. "종합소설"의 본보기로 하루키는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인용한다.
종합소설이란 "다양한 세계관과 여러 가지 관점들을 하나의 이야기 속에 짜넣고 이들을 조합함으로써 뭔가 새로운 세계관이 부상하는" 소설을 목표로 삼는다고 한다. 그리고 "관점을 몇 개로 나누려면 인칭 변화가 꼭 필요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시도는 "태엽 감는 새 연대기"(1인칭 안에 편지나 다른 등장인물들의 회상이 삽입됨)와"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전부 3인칭으로 쓰임), "해변의 카프카"(1인칭과 3인칭이 번갈아 가며 나타남), "애프터 다크"(3인칭에 "우리"라는 1인칭 복수 대명사가 더해짐) 등의 작품에서 엿보인다." - https://bit.ly/30ZZDN0 |
이제부터 도끼의 소설들을 생각날때마다 하나씩 읽어나갈 생각이다. 도끼는 인간을 너무나 잘 알고 그것을 한 덩이의 이야기로 만들어서 내어놓을 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도끼의 소설은 엄청나다는 생각을 주지 않는다. 동아시아 유교 문명권의 나에게, 경이원지, 괴력난신을 멀리하는 합리주의
인본사상의 혜택을 본 나에게 19세기 까지도 신에 얽혀서 벗어나야 하나,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소설이라니
인상깊었던 이야기와 밑줄을 정리해보며 마무리한다. 미래의 내가 다시 읽게 되면 또 다른 즐거움이리라.
인상깊었던 소설 속 이야기들
1권 |
아이 (니키투쉬카) 를 잃은 어머니의 절규
스메르쟈코프의 어머니인 리자베타 스마르쟈샤야 이야기 - 정신도 몸도 정상이 아닌듯 하지만 순결한 영혼으로 온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여자 - 그러다 누구의 씨인지도 모르는 스메르쟈코프를 낳고서는 죽어버린다.
아버지의 불명예를 몸으로 막아서려는 카체리나 이바노브나와 그녀를 희롱하려다 마지막에서는 고결한 모습을 보여준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의 인연
스네기료프에게 돈을 건네려는 알료샤, 그리고 이후의 리즈와 알료샤의 대화 |
2권 |
조시마 장로가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 조시마 장로에게 자신의 죄과를 고백하는 살인자의 참회 부분 조시마 장로의 죽음, 그리고 악취에 대한 사람들의 경박스러움
그루셴카가 이야기하는 양파 한 뿌리 이야기. 잔잔한 감동
드미트리의 그루셴카를 향한 광란의 발걸음들 그리고 그 종말 - 페이지 터너라는 표현. 그야말로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즐거운 이야기들이었다. |
3권 |
콜랴 크라소트킨과 일류샤 이야기 - 갑자기 3권에 들어와서 어떤 아이가 소설속에서 탄생하더니 정신없이 빠져들어버렸다. 그야말로 이야기꾼 도스토옙스키!
일류세치카의 장례식 장면은 입을 다물게 한다. - 슬퍼하는 부모, 가족의 눈물겨운 묘사와 아름답게 노래하는 알료샤의 모습 |
밑줄 친 문장들
1권 |
그애를 단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단 한 번만이라도 그애를 다시 바라볼 수 있다면, 전 그애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고 말도 한마디 하지 않겠어요. (101, 102p) - 아이를 잃은 어미의 절규가 눈물겹다.
"그건 왜냐하면 이렇소. 그 사람은 사실 나한테 아무 짓도 안 했지만, 대신 나는 그 사람한테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짓을 하나 했소. 그런데 그 짓을 하자마자 바로 그것 때문에 그 사람을 증오하게 되더란 말이오." (176p) - 도끼의 인간에 대한 매우 깊은 이해에서 나온 문장.
알료샤는 '함께 살면서 모든 것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비난하지 않음'으로써 '그의 폐부를 찔렀다' (192p) - 논리와 언변, 헌신으로도 바꿀 수 없는게 사람일 수 있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다.
나는 그때 삼 초 내지 오 초 가량, 이 여자를 무서운 증오의 눈으로 쳐다보았는데, 그 증오는 사랑, 미칠 듯이 강렬한 사랑과 - 털끝만큼의 차이밖에 없었어! (234p) - 드미트리와 카체리나의 사연.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러니까 우리의 이 모든 판단에는…… 그 사람에 대한, 그 불행한 사람에 대한 경멸이 들어 있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가 그 사람의 영혼을 마치 위에서 내려다보듯 이렇게 해부하고 있는 데는 말이죠. 네? 우린 지금 그 사람이 돈을 받을 거라고 단정지었잖아요. 네? (437p) - 리즈가 알료샤에게 하는 깊이있는 내면 고백 |
2권 |
작은 풀잎 하나, 작은 곤충 한 마리, 개미, 황금빛 꿀벌, 이 모든 것이 이성을 지니지 않았으면서도 자신의 길을 놀랄 정도로 잘 알고 있고, 신의 신비를 증명하면서 스스로 끊임없이 그 신비를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33, 34p) - 도끼는 중국 고전인 중용을 읽었을까? "성자 자성야!" http://blog.daum.net/spaceandtime/6827
'나는 과연 다른 사람에게 내 시중을 들게 할 자격이 있는가, 그가 가난하고 무지하다 하여 그를 마구 부려멱을 자격이 있는가?' (80p) - 조시마 장로가 젊은 시절 깨달음을 얻었던 장면에서 나온 생각. 나 역시 사람을 위와 아래로 나누려 하지 않았던가?
"미샤," 그가 말했다. "화내지 마. 너는 이분한테 모욕을 받았지만, 화는 내지 마. 방금 이분 얘기 들었지? 인간의 영혼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잖아, 좀더 너그러워져야 해……" (154p) - 알료샤가 그루셴카에 대해 라키친에게 부탁하는 부분. 우리는 인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인간에 대해 절망하지 말고 너그러워 지자
"그 여자를 사랑해선 안 돼. 앞으로는 절대 그 여자를 사랑하면 안 돼. 만약 그러면 그 여자를 목 졸라 죽여버릴 테야…… 그 여자의 눈을 바늘로 찔러버릴 테야……" (330p) - 그루셴카가 카체리나에 대해 드미트리에게 다짐을 받는 장면. 러시아식 사랑표현이다. 거칠지만 아름답게 읽혔다. |
3권 |
"모든 사람이 그렇더라도, 당신만큼은 그렇게 되지 말아야죠 (중략) 비록 당신 혼자만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남더라도, 여하튼 그렇게 되지는 말아요." (95p) - 알료샤가 콜랴에게. 필부는 항산이어야 항심임을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선비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
"잘 들어요, 콜랴 군, 그렇긴 해도 당신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매우 불행한 사람이 될 겁니다." (96p) - 얄료샤가 콜랴에게. 이건 악담이 아니다. 올바른 길을 걸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만, 하느님 없이 인간이 어떻게 선량하게 될 것인가? 그게 문제야! (165p) - 당시 유럽인들의 한계와 고뇌. 칸트마저도 신이 필요하다고 두 손 들지 않았던가?
우리의 본성은 온갖 가능한 모순을 함께 품을 수 있고, 두 개의 심연을, 즉 우리 위에 있는 심연, 드높은 이상의 심연과 우리 아래에 있는 심연, 가장 저열하고 악취를 풍기는 타락의 심연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습니다. (376p) - 검사 입폴리트 키릴로비치의 말이다. 인정하자. 인간의 모습을 인정하자.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 (465p) - 변호사 페츄코비치. 누가복음 6:37-38, 마태복음 7:1-2, 마가복음 4:24 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세세히 헤아리는 노력과 성의로 살아가자
좋은 어떤 추억만큼, 특히 아직 어린 시절 부모님 슬하에 살면서 갖게 된 추억만큼, 앞으로의 생활을 위해 숭고하고 강하고 유익한 것은 없다는 걸 꼭 알아두십시오. (520p) - 알료샤가 일류샤의 장례식에 온 소년들에게 해주는 말 - 화이트헤드의 로맨스의 단계가 생각난다. 우리 아이들에게 황홀한 로맨스같은 유년을 안겨주고 싶다. (다 해주고 싶다는 말이 아님)
도스토옙스키는 신에 의해 허용된 세상의 악에도 불구하고 신을 변호하고 창조의 목적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러시아의 캉디드", 즉 "반 캉디드" 를 쓰고자 했으며, 이 계획은 그의 마지막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실현되었다. (529p - 역자 김희숙님의 해설) -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목표를 하나의 문장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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